‘강남주’는 누구인가
‘강남주’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을 뒤 흔든 강남 업소 폭로자, 디지털 마녀사냥의 실체
SNS를 뒤흔든 익명의 폭로자 ‘강남주’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집중 조명한 인물 ‘강남주’는 올해 초 SNS를 통해 급부상한 의문의 폭로자입니다. 그는 일반인부터 인플루언서, 유흥업소 종사자 등 특정 인물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덧붙여 게시하며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일부는 “정의로운 폭로”라며 열광했지만, 그 이면에는 허위 사실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있었습니다.
‘주클럽’까지 등장…끝없는 모방과 피해의 악순환
5월에는 ‘강남주’를 본뜬 또 다른 계정 ‘주클럽’이 등장했습니다. ‘강남주’가 주로 남성을 폭로했다면, ‘주클럽’은 여성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폭로 수위는 한층 높아졌고, 피해자 중 일부는 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까지 호소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허위 게시글을 삭제하기 위해 수백만 원을 코인 형태로 송금해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폭로는 단순한 인터넷 해프닝이 아니라, 돈과 협박이 얽힌 ‘디지털 공갈’로 변질된 것입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일반인 피해자들의 절규
23세 통역사 노시엘 씨는 강남주의 타깃이 되어 “마약과 스폰,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허위 게시글로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습니다. 직장으로 협박성 물건이 배달되는 등 실생활 피해도 이어졌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박지우(가명) 씨는 “유흥업소 종사자이며 스폰을 받는다”는 글이 퍼지며 학업과 인간관계 모두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제보자로 의심된 지인은 “나도 아니다”라며 부인했지만, 결국 강남주가 제보자의 실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폭로 글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살을 붙여 올린다”…폭로의 진실보다 자극이 우선
제보자였다고 밝힌 한 여성 고씨는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폭로를 제보했지만, 강남주는 내가 모르는 사람의 정보까지 꾸며서 올렸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처럼 강남주는 진위와 무관하게 제보에 상상력을 더해 폭로를 확대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SNS는 하루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거대한 ‘가십 플랫폼’으로 변했습니다.
추적 끝에 드러난 단서…정체는 미궁 속으로
제작진은 강남주를 쫓는 조씨를 만나 “그에게는 세 명의 조력자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조력자 중 한 명인 최씨는 “처음엔 강남주가 사이버 불링 피해자인 나를 도와주는 줄 알았다”며 “감사한 마음에 도움을 줬지만, 이후 나를 조롱하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강남주는 자신을 1996년생 여성이라 밝히며, 필리핀에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남자친구와 함께 지낸다고 말했지만, 시차가 전혀 맞지 않는 대화 기록이 발견되면서 의문은 깊어졌습니다. 결국 의심받은 인물 ‘오유리(가명)’는 “나도 강남주에게 저격당한 적이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강남주는 20~30대 여성일 가능성”…하지만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강남주는 강남 지역을 잘 아는 20~3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며 “IP를 우회해 경찰 추적을 피하고 있으며, 자신을 잡을 수 없다고 자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강남주의 정체를 쫓던 조씨 역시 “오유리에게 2~3억을 뜯어보겠다고 했던 건 맞다”고 실토하며, 이 사건이 단순한 폭로를 넘어 ‘허위 제보, 보복, 금전 거래’가 얽힌 복합적인 디지털 범죄임을 시사했습니다.
익명 폭로의 시대, ‘정의’는 누구의 이름으로 쓰이는가
2016년 강남 유흥가를 뒤흔든 ‘강남패치’ 이후, ‘강남주’는 또 한 번 익명 폭로의 잔혹함을 보여줍니다.
진실보다 자극이 먼저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클릭과 구독으로 ‘마녀사냥’에 동참했습니다.
SNS의 그늘 속에서, ‘강남주’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또 다른 타깃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묻습니다 —
“익명 뒤에 숨어 있는 그 이름, 정말 정의일까요?”
사진 출처 : SBS